B급 호러의 정석 드래그 미 투 헬(Drag Me To Hell)
가끔 완전 잘 만든 영화보다 B급 감성의 막장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좀비영화 등 공포영화가 그런 접근법이 많지만 스파이더맨 감독의 샘 레이미 감독이 만든 드래그 미 투 헬의 플롯은 단순하다. 은행원 크리스틴(알리송 로만)인 할머니의 대출을 거절하게 되고 할머니는 저주를 내려 염소의 악마를 크리스틴에게 씌운다. 그리고 이걸 해결하려면 10,000달러를 점쟁이에게 내고 의식을 치러야 하는데...
크리스틴(앨리슨 로먼)은 시골 처녀 역으로 남자친구 클레이(저스틴 롱)의 돈 많은 아들과 사랑에 빠져 있다. 부모님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결국 남자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망신을 당하게 된다.
영화는 B급 정서를 제대로 보여준다. 초반에 할머니와 주차장에서 나온 투신이나 여성이기 때문에 약하게 당하는 희생자 역할이 아니라 맞받아 싸우고, 귀신이나 악마라 해도 달려들어 싸우는 대상으로 묘사한 병의 맛 코드가 제대로였다. 2009년작이라는 게 CG도 어설프지만 괜찮다고 본다. 일관되고 불쌍한 크리스틴이 정중히 거절했는데도 저주하는 할머니를 격파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아무래도 감독이 2009년 이전에 대출을 은행에서 받았다가 거절당하거나 돈을 많이 못 받아서 이 작품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공포물인데 안 무서워 역겹고 끔찍한 장면이나 입에 주먹을 넣는 혼란스러운 장면이 어설프게 묘사되지만 싫지 않은 이유는 그저 웃기려고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려는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할머니! 왜 크리스틴을 괴롭혀...너도 시켜봐 빗속 무덤의 신은 정말 인상적!!!야채과자가 아닙니다.할머니를 드시지 마시고.. 자꾸 저주를 착한사람에게 내리는 이유가 뭐에요!!!이 어설픈 심령사... 신용카드를 들 때 만족의 미소가 웃겨악령에 홀린 주술사의 제자 불 위의 춤여기서부터는 Spoiler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우선 가벼운 주제로 보기에는 최적의 공포영화다. 무서운 것을 볼 수 없는 사람도 크고 부담없이 볼 수 있다. 분장한 악마가 출현한다고 보면 된다. 염소 악마가 집에 오거나 돌풍에 휩싸여 집 천장 위로 휘몰아치는 장면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보다는 이처럼 고통받는 크리스틴의 수난시대 장면이 담겨 있다. 크리스틴은 주술사에게 도움을 청해 악마를 불러내고 잠시 내쫓게 된다. 영영 빠져나오려면 할머니에게 저주를 다시 내리고 할머니가 저주를 내릴 때 쓰던 옷깃 단추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면 끝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서랍 속에 있던 남자친구의 동전 선물과 뒤섞이게 됐고 이미 죽은 할머니의 무덤을 파헤쳐 입에 넣은 단추는 남자친구에게 선물한 동전이었다. 달라진 것을 깨닫는 순간 역에서 크리스틴은 주술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들어가고 남자친구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좀 충격적인 것은 크리스틴이 시종일관 착했고 심지어 남에게 넘기려던 단추마저 자신이 감수하고 이겨내려고 했는데도 지옥으로 끌려가 버렸다는 사실이다. 필경 희망은 없음을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고 착한 마음을 쓰면 오히려 주고 말로 받는 냉정한 시대라는 걸 꼬집어 말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 결말은 세상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악마에게 끌리는 존재들이 부자라도 잘살면 된다는 영화적 상상이 희망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드래그 미 투 헬 2라는 제목으로 검색해 보니 팬메이드 트릭 영상만 유튜브에 있지 감독이 속편을 제작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벌써 11년이 지났으니... 그래도 영화가 주말 명화 보듯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착하게 살아봤자 오히려 이용만 당할 뿐이야.
조금 불만스러운 것은, BTV 프리미어 월정액으로 감상했지만, 2009년작이라고 해도 화질이 최악이었다. HD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비디오테이프를 재현해 놓은 수준이었다.





